、남호 형
남호 형 .
지금 다니고 있는 대학 동기 .
처음 , 뭣도 모르는 경영학과로 편입해서
암담해 하고 있을때 ,
같은 2학년 편입생으로 만나
벌써 2년을 같이 지냈다 .
입술 양 옆의 '이방수염'(ㅋㅋㅋㅋ)만 빼면 피부가 워낙 빤닥거리고 인물이 앳돼서 같이 다니면 애인 아니냔 소릴 듣는데 , 애가 셋 딸린 유부남 주제에 그 소릴 듣고선 좋다고 웃는다 .
나이값 좀 하라고 그리 구박을 해도 '웃기만'하는 형은 , 허나 , 또 그 웃음으로 당신이 언제나 내 든든한 아군임을 확인시켜주는 고마운 사람 .
10년차 프로그래머로 컴퓨터라면 모르는게 없는 도사라서 , 거의 컴맹 수준에 가까운 나를 교육시켜 사이버대학에 살아남게 한 장본인이다 . 가끔 보면 , 오랜 시간 한 길을 걸어온 사람이 가지는 인내심이란게 이런 거구나 싶을 만큼 , 형에게는 아주 진한 느낌의 뭔가가 배어난다 .
형이 말하기는 그저 자신이 잘할 수 있는 걸 열심히 할 뿐이라고 .
내가 아는 형은 심하게 멋진 진짜 프로다 .
지난 2년 동안 형은 내내 광화문 근처에서
일을 했다 .
교보 빌딩에서 일년 , 외교부 건물에서 일년 .
본래도 좋은 형이었지만 ,
가까이 있다는게 또 원체 정을 쌓아주는 일이라 ,
서로 징그럽다 하면서도 허구헌날 만나
신세 타령에 교수들 뒷다마를 까곤 했다 .
친한 사람에겐 한없이 푼수같은 내가
아무리 깔짝거리며 장난을 걸고 심한 말을 해도 ,
나조차 좀 심했나 싶을 정도여서
눈치가 보이는 때에 조차도 ,
형은 단 한번도 싫은 소리를 하거나
웃음을 잃은 적이 없다 .
결혼만 안했으면 그냥 확 - !! 덮치는건데 - 했더니 , 당신 하는 말이 다음 생에라도 인연있으면 하잔다 . 풋 ...
따로 티내지 않아도 충분히 다정한 당신은 , 내게 무슨 일이 생기면 신기하게도 그게 느껴진단다 . 언제 , 내가 그이와 헤어진 다음날이었던가 . 뭔지는 몰라도 느낌이 이상해 들렀다던 형은 , 며칠새 까맣게 죽은 내 얼굴을 한참 보다가 한다는 말이 " 밥 먹어라 .. " 였다 .
내 잘먹는다는 베이글을 하나 사서 손에 쥐어주고는 이렇다 저렇다 말도 없이 돌아서 가는 형이 왜 그렇게 고맙던지 . 느릿느릿한 당신 말투는 사람을 어찌 품어야는지 아는 까닭이겠구나 , 싶어 반틈쯤 눈물이 삐진채로 나도 모르게 빙글 - 웃고 말았다 .
허구헌 날 '밥 타령'만 해대는 아저씨 주제에 ,
웃음은 왜 그리도 아이처럼 맑은지 .
내가 아무리 버릇없게 굴고 ,
이거 해달라 저거 해달라 못살게 굴어도 ,
생전 화내는 적이 없다 .
형은 백날이고 스무날이고 웃을 줄 밖에 모른다 .
한번은 웃기만 하는 당신이 답답해 '왜'냐고
물은 적이 있었다 .
불퉁스레 입술을 말고 있는 나를 보며
또 한참을 말없이 웃기만 하다가 말하길 ,
" 야 .. 니랑 내랑 알고 지내잖냐 ...
옆에 있으니까는 기대고 사는거지 , 뭘 . "
후우 ... 이런 빙신 ...... 알고 지내는게 뭐 대수라고 ..
앞에서는 대놓고 바보라고 뭐라 해놓고는 , 뒤돌아서 실실 웃을 수 밖에 없는 나다 .
인연이며 관계를 참 손쉽게 가지고 버리는 당신들을 보면서 ,
얼마를 앓았던지 , 미련한 나는 .
이제 이만큼 알면 된거아냐 ? - 냉담한 말 한마디 건네고
그저 그게 저 살길이라고 등돌리는 사람들 속에서 ,
그래도 아직 살아있음을 이유로 믿어야 할 건 많다고 다짐케 되는건 ,
형 같은 사람들이 내게 남아있는 까닭임을 안다 .
한 여자의 멋진 남편 .
세 아이들의 자상한 아빠 .
내 같은 못난 친구의 든든한 '편'으로 .
오늘도 바쁘고 , 바쁘기에 행복하다는 당신 .
하고픈 말은 늘 하나야 .
고마워요 , 정말 . 형땜에도 , 산다니까 , 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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