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회용품과 이별하는 몇 가지 방법
그것은 작심삼일과 같은 것이다. 딱 한번 사용하지 않는 것, 한번 행동으로 옮기는 것은 쉽다. 그러나 꾸준히 반복하는 것, 습관들이는 것은 생각보다 어렵다. 그것은 새해가 시작될 때마다 시작하는 다이어트, 금연 결심과 같은 것이다. 그만큼 일회용품이 흔하고도 흔하다. 손 내밀면 닿을 듯 가까운 곳 어디에나 그들은 있다.
일회용품은 왜 생겨났을까? 의료용, 전시용처럼 위급한 상황에 대처하기 위해, 또는 여행이나 출장처럼 특별한 상황에서 임시방편으로 쓰기 위해 만들어졌다. 그런데 한번 쓰고 난 뒤 미련없이 버릴 수 있는 그들은 어느새 ‘편리함의 대명사’가 되었다.
아이가 태어나면서 처음 만나는 종이 기저귀와 물티슈를 시작해서, 일회용품의 천국인 패스트푸드점에서 벌이는 생일잔치, 결혼식, 회갑 잔칫상, 장례식장까지…, 한 사람의 일생에서 중요한 순간을 맞는 곳마다 일회용품이 차지해 버렸다. 그 뿐인가? 행사장과 여행지에서도 일회용품이 가득하다. 종이컵, 일회용 수저, 스티로폼 접시와 그릇, 랩과 호일, 비닐장갑, 물티슈까지…, 많은 사람들이 오가는 곳, 먹을거리가 놓인 곳 어디에나 그들이 점령해 버렸다. 그러나 사람들이 총총히 흩어져 버리고 그들이 버려진 뒤 불룩해진 쓰레기통을 바라보면 마음 한 구석이 무거워진다. 이것은 다 어디로 가는가? 그렇다면 일회용품 천국에서 빠져 나와 마음이 홀가분해지는 방법은 없을까?
여행을 떠나는 배낭에 나는 쇠젓가락을 꼭 챙겨 넣는다. 여행길에서 가볍게 먹을 수 있는 김밥과 라면, 자장면 모두 일회용젓가락과 동행한다. 이 때 튼튼한 쇠젓가락이 ‘짜잔!’ 등장하면 일회용은 소용없는 물건 신세가 된다. 수십 년 동안 햇볕 받고 땅의 기운을 받아 자랐을 나무, 그 아름드리나무가 쓰러져서 만들어진 나무젓가락, 딱 한번 쓰고 버리기엔 너무 아깝다.
작은 젓가락 하나도 내가 쓰지 않으면 한번 아끼는 것이 되고, 이런 사람이 늘어나면 일회용품 제작도 줄어들겠지. 쇠젓가락의 용도는 그것으로 그치지 않는다. 과일을 반쪽으로 자를 때, 구멍 뚫을 때, 물건을 고정시킬 때, 문고리가 잠겨 동동거릴 때…, 더 다양한 용도로도 변신가능하다.
손수건 역시 마찬가지다. 얇은 손수건 한 장이면 땀도 닦고 콧물도 닦고, 세수한 뒤 얼굴도 닦고, 멋을 내고 싶을 땐 두건이 되고, 그냥 앉기 게름직한 곳에서는 임시방석 구실도 한다. 화장지 한 롤과 물티슈 한 통이 해야 할 일을 이 얇은 손수건이 말끔하게 처리해 준다. 내 속도 후련하다. 그러나 일회용품을 쓰지 않는 생활은 생각처럼 쉽지 않다. 곳곳에서 저항군을 만난다.
장 보러 간 시장에서는 늘 실랑이가 벌어진다. 비닐봉지에 담아주려는 주인과 그냥 장바구니에 담겠다며 나는 실랑이를 벌인다. 손님이 고른 물건을 비닐봉지에 담아주는 것은 서비스이자, 배려이자, 인심이 되었기 때문이다. 이 당연한 진리를 거스르는 일은 생각처럼 쉽지 않다. 다른 물건에 정신이 팔려 순간 방심하면 손이 재빠른 주인은 벌써 비닐봉지에 물건을 담고 있다. 두부나 생선 같이 물기가 흐르는 것은 인심 후하게도 비닐봉지 두 겹에 담아준다.
“집에 가면 비닐은 쓰레기가 되니까 그냥 장바구니에 담을게요.”
이 때 주인이 무안해하지 않도록 유난히 활짝 웃으며 비닐봉지를 되돌려준다. 손님을 배려하는 주인의 마음도 이미 알고 있기 때문이다.
“젊은 사람이 참 알뜰하네.”
주인은 멋쩍은 표정을 짓는다. 야채를 고를 때는 스티로폼과 랩에 담긴 소포장보다는 끈으로 묶인 것을 고른다. 또, 같은 제품이라면 여러 겹으로 과대포장이 된 것보다는 간단하게 포장된 물건을 선택한다. 사은품이나 공짜 선물이라도 집에서 쓰지 않는 것이나 일회용품은 정중히 거절한다. 그리고, 조리된 반찬이나 물기 있는 재료를 살 때는 빈 통을 미리 챙겨간다. 스티로폼이나 플라스틱, 계란포장지 같은 포장용기는 따로 모았다가 주인에게 돌려준다. 처음엔 주인이 받아줄까 망설이게 되지만 용기내어 반복하다보면 가게주인과 이야기도 나누고 친해지는 기회를 얻을 수 있다.
“우리는 이 포장지를 돈 주고 사야 하는데, 이렇게 씻어서 돌려주면 정말 고맙지.”
서로 기분좋게 웃고 나면 인심 넉넉한 주인은 싱싱한 상추를 덤으로 집어준다.
시장에 들고 가는 장바구니는 직접 만든 것을 메고 간다. 여러 곳에서 얻어온 자투리 천이나 헌 옷을 재활용해 만든 장바구니이다. 장 보러 갈 때마다 튼튼한 장바구니를 챙기면 비닐쇼핑백을 줄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시장에 들고 가는 장바구니 하나도 예쁘고 내 맘에 드는 디자인이어야 열심히 챙기게 되고, 또 잃지 않으려 애쓰게 된다는 걸 깨달았다.
온갖 천을 방바닥에 늘어놓고 재봉틀을 돌리면서 내가 좋아하는 색감을 맞추고 천의 촉감, 세탁한 뒤 모양변형까지도 고려해서 만든다. 단순한 장바구니를 만드는 일도 엄연한 창작이라, 온갖 궁리를 생각하다보면 상상력이 늘어나는 것 같다. 이렇게 만들어진 ‘세상에서 하나뿐인 장바구니’는 시장갈 때뿐만이 아니라 외출할 때, 여행 떠나는 가방 속에도 어김없이 들어 있다. 예상치 않은 물건이 생겼을 때, 가방에 담을 수 없는 물건을 챙겨야 할 때…, 쓰임새가 무궁무진한 장바구니는 늘 나를 위해 비상대기중이다.
일회용품의 미덕은 편리함, 홀가분함이지만 그 원료와 만들어지는 과정은 결코 짧은 시간에 형성된 것이 아니다. 이 가느다란 나무젓가락 하나는 수십 년 된 굵은 나무가 쓰러진 것이고, 하늘거리는 얇은 비닐과 투명한 플라스틱은 수억 년 지구가 따뜻하게 품어서 만든 석유에서 추출한 것이다.
우리가 일회용에 대해 알아야 할 또 다른 문제는 안전성이다. 나무젓가락을 만들 때 곰팡이방지제나 표백제에 담근다고 한다. 플라스틱과 스티로폼 그릇은 환경호르몬이 녹아나온다. 피부에 직접 닿는 일회용 기저귀와 생리대에는 형광증백제 같은 화학물질이 첨가되어 있다. 인어공주가 다리를 얻기 위해 혀를 내주었듯, 편리함 대신 우리는 건강을 잃어가고 있다.
일회용품이 만들어낸 문화는 오래 쓰고 고쳐 쓰던 알뜰함도 밀어내고 말았다. 가벼운 고장이 생겨도 곧 새것으로 바꿔버리고, 신제품이 나오면 멀쩡한 물건도 금세 실증내고 새 것에 눈독들인다. 덕분에 처리해야 할 쓰레기는 점점 더 높은 산을 이루고 있다. 일회용품을 줄이려는 굳은 결심은 허무하게 작심삼일로 끝나고, 저항군 앞에서 좌절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런 작심삼일이 반복되고, 많은 사람들이 동참하게 되면 우리의 쇼핑문화는 곧 달라질 것이다. 그리고 한정된 자원을 가진 지구의 미래도 달라질 것이다.
내 손 안에 든 이 작은 물건도 누군가는 오랜 시간과 정성을 기울여 만든 것이다. 정들기 전에 이별하고 마는 일회용보다는 오랜 세월 손때가 묻고 정이 담긴 물건이 좋다. 씻고 닦는 동안 그 성질에 익숙해지고 장단점마저 이해해버린 오랜 친구, 쓰임이 다해 버릴 때가 되면 마음이 짠해지는 오래된 물건이 더 좋다.
* 2009 갤러리아 수기 공모 출품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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